[부동산원 주간 시세통계 존폐위기]
인터넷 바카라원이 호가·거래 데이터 수집 정확성 한계
표본주택 아니면 통계서 빠지고 가격 보정도
모든 유형의 가격 그대로 공개 투명성 높여야
호가-실거래가 기반한 지수 만드는 것도 방법
10·15 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불거진 한국부동산원 주간 시세통계 폐지 논란이 한 달 넘게 공전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부정확한 통계로 불안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폐지를 주장한 반면 국민의힘은 집값 폭등을 감추려는 꼼수라며 반대했다. 국토교통부는 폐지까지는 부담스럽지만 그대로 두기도 어렵다며 일부 수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논란의 진원인 주간 시세통계의 한계를 진단한다.
인터넷 바카라원이 호가·거래 데이터 수집 정확성 한계
표본주택 아니면 통계서 빠지고 가격 보정도
모든 유형의 가격 그대로 공개 투명성 높여야
호가-실거래가 기반한 지수 만드는 것도 방법
다주택자라고 비판받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D아파트 1채를 18억원에 팔았다.
하지만 이 실거래가는 부동산원이 집계하는 주간 아파트 시세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표본주택이 아니라면 조사대상에서 아예 빠질 수 있고, '정상 거래'가 아니라는 판단을 받으면 조정된 가격으로 시세에 넣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실거래가는 말 그대로 실제 가격이어서 통상 호가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도 부동산원 시세조사에서 이 실거래가는 배제되거나 조정되기 일쑤다. 왜 그럴까. 주간 시세통계 논란은 이 의문에서 시작한다.
■337명이 3만3500채 매주 인터넷 바카라
부동산원의 주간 주택가격동향조사는 전국 213개 시군구의 표본 아파트 3만3500채를 대상으로 한다. 조사원 337명이 이 표본에 대해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간 조사하고 분석 단계를 거쳐 목요일 공표하는 식이다.
여기에 두가지 우려가 있다. 먼저 인터넷 바카라원 1명당 100채꼴의 아파트를 인터넷 바카라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될 수 있다. 짧은 시간에 시세 변동상황을 포착해야 하는데 과부하가 걸린다면 가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이 힘들다. 또 다른 우려는 이해관계의 문제다. 인터넷 바카라원이 담당하는 아파트에 본인이나 친인척 등이 관련돼 있다면 객관적인 인터넷 바카라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다.
손태락 부동산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조사원들은 모두 부동산원의 정규직이며 교육을 통해 전문적인 판단을 하도록 훈련받는다. 게다가 방대하고 다양한 정보로 조사를 뒷받침한다. 무엇보다 이해관계자가 있다면 현장에서 배제될 것이다. 조사원 혼자 판단을 다 하는 게 아니고 지역 총괄부에서 계속 체크하는 시스템이다."
실제 부동산원의 현장조사 조직은 조사원, 조사총괄부장, 지사장, 권역본부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결재라인을 거치면서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는 만큼 개인적 사정은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인터넷 바카라원도 사람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긴 어렵다. 상사들의 검증과 시스템으로 객관적 인터넷 바카라가 가능하다는 신뢰를 주려면 그 과정에 대한 검증을 해야 한다. 표본 아파트와 인터넷 바카라대상 아파트를 주기적으로 재배치해 특정 인터넷 바카라원이 동일 단지를 장기간 맡지 않도록 하는 안전장치도 필요하다. 외부 전문가로 패널을 구성해 이상치나 급변 구간을 검증하는 절차를 마련한다면 인터넷 바카라의 신뢰도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보정가격 등 시세 왜곡 소지
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는 시세보다 4억원가량 높은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호가 수준이 과도해 거래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일선 중개업자 K씨는 "이 호가에서 2억원만 낮추면 가격이 많이 조정된 것처럼 보여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그때부터는 이 가격이 신고가로 새로운 시세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주간 시세통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처럼 개인적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중개업자의 주관'은 시세 인터넷 바카라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한다. 인터넷 바카라원은 현장방문을 원칙으로 하되 중개업소에 전화로 문의하면서 표본주택 가격 산정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호가 수준, 거래사례, 매물사례, 가격 추이 등을 모으는 것이다. 중개 현장에서 말하는 시세는 상당수 매도 호가다. 중개업자가 집주인이 부른 과도한 호가를 인터넷 바카라원에게 알려주고 이 호가 언저리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그 가격이 새로운 시세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터넷 바카라원의 주관'도 가격산정 과정을 왜곡하는 요인이다. 인터넷 바카라원은 표본 아파트나 인근 아파트 거래사례가 있다고 해도 그 가격을 그대로 쓰지 않는다. 먼저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지 판단하는 단계를 거친다. 거래가격이 너무 낮아 가족 간 증여라고 볼 여지가 크다면 비정상거래로 분류한 뒤 보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앞서 예로 든 금감원장의 서울 서초구 D아파트는 정치적 이유로 매물로 나왔고, 거래가격이 당시 호가와 큰 차이가 있었지만 직전 실거래가와는 비슷했다. 조사원이 D아파트 매매를 비정상거래라고 볼 여지는 있다. 그렇다면 조사원은 일반적 상황에서 D아파트가 어떤 가격으로 거래됐을지 가정해 가상의 거래가를 다시 산정한다. 부동산원은 편차가 큰 거래가를 걸러내 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하겠지만 조정 과정 자체에 조사원 개개인의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표본아파트 관련 거래사례가 없다면 주관이 끼어들 개연성은 더 커진다. 일단 조사원이 현재의 부동산시장이 매도 우위인지, 매수 우위인지 판단한다. 이어 표본주택이 거래되는 경우를 전제로 어느 정도에서 가격이 이뤄질지 또 한번 판단한다. 1차 시장 상황 판단과 2차 가격 판단을 거쳐 가상의 가격을 산정하고 이것을 시세에 반영하는 구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런 시세인터넷 바카라는 인터넷 바카라원이 자기 스스로에게 '저 아파트 가격은 얼마일까'라고 물어보는 구조"라며 이는 세상에 없는 인터넷 바카라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실거래가 중심 통계로 바꿔도 문제
여러 부동산 전문가들은 실거래가 위주로 시세 통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호가 위주의 가격정보에 주관이 많이 개입돼 시세를 왜곡할 소지가 크다는 게 이유다.
다만 실거래가 중심의 통계도 완전한 대안은 아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사례 분석은 실거래가격이 중요한 데이터라고 해도 이것만으로 기존 통계를 완전히 대체하기 힘든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은마아파트는 4424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다. 부동산원은 지역별 통계를 만들면서 아파트 가구수를 기준으로 가중치를 둔다. 대단지 아파트일수록 시세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은마아파트 정도 되는 아파트의 시세 변동은 해당 지역은 물론 서울시 전체 시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한 해 동안 은마아파트 전체에서 거래가 1건도 없었던 주(週)가 26주에 이른다. 1년의 절반이 넘는 기간 거래가 0건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 아파트의 시세는 1년 내내 존재했다. 매도호가와 시장 상황을 감안한 '가상의 가격'이 시세 통계에 반영된 것이다. 사람들은 거래도 없었는데 아파트 가격이 변했다는 시세통계를 보고 거래에 임했다.
그뿐 아니다. 2018년부터 5년 동안 은마아파트에서 매매가 이뤄진 가구 비율은 전체의 12%가량이다. 나머지 88%의 가구에서는 5년 동안 거래가 1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의 거래가 전체를 과도하게 대표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나 최 소장 등은 이런 점을 감안해 1~3개월 시차를 두고 실거래가격 통계를 발표하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거래 사례가 어느 정도 누적될 때까지 기다려 통계의 정확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거래공백이 길어진다면 시세를 전혀 파악할 수 없는 깜깜이 상태가 너무 오래 이어지는 문제도 생긴다.
■호가-실거래가 분리한 독립지수를
전 세계에서 주간 단위로 주택 시세를 발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단독주택이 주류인 외국과 달리 비교적 표준화된 주택인 아파트가 주거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같은 단지 내 같은 평형이라면 가격 변동이 유사하게 이뤄지는 특성 덕분에 주간 시세를 작성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부동산원이 2013년부터 민간이 맡아온 주택가격동향조사를 넘겨받아 공식 시세통계를 발표해왔다.
주간 동향인터넷 바카라를 폐지하자는 여당의 제안에 국토부는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과거 통계 논란이 생길 때 표본 수를 늘리고 인터넷 바카라방식을 일부 개편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이런 미세조정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은 현행 조사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실거래가 중심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할 때 생기는 부작용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실거래가의 변동성이 커지는 경우 가격이 왜곡된다' '실거래가 신고까지 최대 30일의 시차가 발생해 즉시성이 떨어진다' '시세를 벗어난 비정상적인 가격을 골라내기 어렵다'는 식이다. 결국 현 제도의 틀을 유지하고 조금만 손질해 봉합하자는 논리를 쌓고 있다.
모두가 문제라는 식의 접근은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전문가들이 금과옥조로 삼는 '시세'는 객관적인 시장결정가격이 아니다. 매도자, 중개업자, 조사원의 주관이 개입된 '마사지 가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가, 실거래가, 조사원 판단 가격을 뒤섞어 만드는 통계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런 통계가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와 맞물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겨온 측면이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결국 모든 유형의 가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용창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주택통계의 자료 일관성, 정치성과 정보 과부하의 문제' 보고서에서 '순수 호가 기반 지수'와 '순수 실거래가 기반 지수'를 따로 만드는 대안을 제시했다. 두 지수 사이의 시차, 관계성을 파악해 시장상황을 분석해 소비자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런 지수는 호가와 실거래가격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한계를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주관으로 가공되지 않는 날것 그대로의 가격현황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집을 사거나 팔려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된다.
syhong@fnnews.com 홍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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