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청소년 흡연 입문의 경로로 지적돼 온 합성니코틴 규제가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또 지연됐다. 유사니코틴 문제와 규제 시행 기준에 따른 사재기 우려 등 이유로 법안 통과가 재차 늦춰지면서 당초 입법 취지가 몰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치권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에서 합성니코틴을 담배 정의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계류하고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바카라이라는 정의 규정이 모호하게 돼 있어서 전자담배를 금지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규율할 수 없다"며 "부칙 조항도 반출시, 수입신고시 등으로 이상하게 돼 있어서 법 시행 전에 (합성온라인바카라을) 마구 수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공포 후 6개월 지나 시행하면 공백이 있어서 업자들이 사재기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판매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을 고민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추가 논의를 제안했다.
개정안은 담배의 정의를 기존 천연니코틴의 원료인 '연초의 잎'에서 연초 또는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합성니코틴이 담배 범주에 포함되면 기존 담배와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된다.
합성온라인바카라은 전자담배 용액으로 흔히 사용되지만 현행법상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온라인이나 자판기 판매도 가능했다. 이 때문에 청소년 흡연 입문의 경로로 지적돼 왔다.
2016년부터 논의가 시작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은 일부 전자담배 단체들이 근거 부족·소상공인 피해 등을 들어 통과가 지지부진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합성온라인바카라도 유해물질이 상당하다는 보건복지부의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면서 논의의 속도가 붙었다.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에서 반년 넘게 가로막혔던 법안은 지난 9월 25일 어렵게 통과됐지만 이날 법사위에서 다시 벽에 가로막히며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의원들은 저마다 "신속한 논의"를 강조했지만 자구 심사에 대한 의견 합치가 지지부진할 경우 법안이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명목상 법안에 반대가 나오는 이유로는 합성온라인바카라만 규제할 경우 유사온라인바카라 문제가 남는다는 점과 '공포 후 시행 후 반출 또는 수입되는 담배부터 적용한다'는 부칙이 관련 업체들의 사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사온라인바카라 규제는 추후 보완 입법으로 가능하고, 부칙은 소급 입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만큼 매점매석 현상을 방지하는 행정적 조치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기재위에서도 적용례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행정 지도나 지자체 점검 등으로 보완할 계획이었다"며 "이미 1년 정도 논의가 진행돼 온 법안이라 사재기 부작용 우려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는 당초 가장 중요한 입법 목적이었던 청소년 접근성 제한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하루빨리 법 통과로 온라인바카라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사소한 문제점을 두고 자구 수정을 핑계 삼아 법 통과를 늦추는 것은 오히려 온라인바카라적 폐해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 조항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일단 합성니코틴 문제를 방치함으로써 생기는 온라인바카라적 비용과 문제가 더 큰데 굳이 법사위 단계에서 전부 논의한다고 통과가 지연되면 그만큼 관련 업자들만 규제 안 받고 (전자담배를) 팔 수 있는 기간이 더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집안에 불이 났으면 한 번에 다 못 끄더라도 가장 가까운 곳부터 끄는 게 맞지 않느냐"라며 "이렇게 논의가 지연되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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