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현상은 원래 교육학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학습효과가 꾸준히 오르다가 어느 순간 피로나 흥미 상실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를 부동산 시장에 빗대면, 급등세가 한풀 꺾인 뒤 일정 수준에서 한동안 가격이 멈춰 서 있는 모습이다. 과거 미국 부동산 시장 거품기에도 이런 패턴은 자주 목격됐다. 절대가격이 급등한 후에도 바카라 에볼루션은 바로 꺼지지 않고 한동안 '평탄한 고원'을 유지한 것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바카라 에볼루션이 바로 이와 같다.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남부벨트 12곳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단순 투자수요가 원천 봉쇄됐다.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자금줄도 바짝 죄었다. 하지만 이런 강력한 규제에도 시장은 과거처럼 곤두박질치지 않는다. 상승 열기만 둔화했을 뿐이다. 주택 공급부족 우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그리고 주식시장의 호조로 풍부한 유동성이 맞물리며 시장의 '맷집'이 한층 세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울 아파트 가격과 코스피지수 간의 상관계수가 0.8에 달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이제 규격화·표준화한 아파트는 단순한 주거공간이 아니라 주식처럼 움직이는 유사 금융상품이 되었다. 그동안 두 시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는 수요자의 경험치도 아파트 가격 하락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시장 그 자체가 고지능화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아파트를 매입하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30~40대가 '단계별 내 집 마련 전략'으로 활용하던 갭투자 방식이 막힌 셈이다. 실수요층이 얇아지고 거래 회전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수자들은 이번 대책 효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도자로부터 매물이 쏟아지지도 않는다. 전세 낀 매물은 팔 수도 없으니 집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간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굳이 싸게 팔 필요가 없다는 손실회피 심리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 움직이지 않는, 이른바 '동상이몽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제 아파트 바카라 에볼루션은 가격이 급락하는 '가격 조정기'보다는 거래가 줄어드는 '기간 조정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 약간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한동안 눈치보기 장세 속에서 방향타를 가늠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소 3개월, 길게는 내년 1·4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 이후 시장은 상승과 하락 중 어느 한쪽으로 뚜렷한 방향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마치 고원지대의 평탄한 길 위에 서 있다. 겉보기에는 고요하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흐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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