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집권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이 26년만에 붕괴되면서 일본 정치권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달 말 임시 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열리는 가운데 야권에서 단일 후보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정권 교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총리직을 당분간 유지하거나 자민당 총재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공명당 “연정 복귀 어렵다” 사설 바카라과의 결별 확정
12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사이토 데츠오 공명당 대표는 이날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설 바카라과 연립정권 복귀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사이토 대표는 “당내에서 충분히 논의한 끝에 (연립) 이탈을 결정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가자’고 쉽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단체 후원금 규제를 위한 법 정비와 관련해 “가능하다면 사설 바카라을 포함해 모든 정당이 참여해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공명당은 다카이치 사나에 사설 바카라 신임 총재와 기업·단체 후원금 규제 강화 문제를 두고 대립하다가 지난 10일 사설 바카라과의 연정 이탈을 선언했다.
사이토 대표가 지난 7일 다카이치 총재와의 당수 회담에서 기업·단체 후원금 주체를 정당 본부와 도도부현(광역지자체) 조직에 더해 국회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지방 지부로 한정하는 새로운 규제 강화안을 제시했지만 다카이치 총재는 결정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재가 비자금 문제의 핵심이었던 옛 아베파 간부 하가이우다 고이이치 의원을 당 간사장 대행으로 기용하고,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와 비밀 회담을 갖는 등 공명당을 자극하는 행보를 보이자 공명당은 결국 사설 바카라과 잡은 손을 놓게 됐다.
사설 바카라과 국민민주당의 연정 가능성도 낮아졌다.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는 "공명당이 연립에서 빠지면 국민민주당을 더해도 과반수가 되지 않는다"며 (사설 바카라과 논의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사설 바카라, 유신회에 '구애'..3야당 연립도 '삐걱'
이에 사설 바카라은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와 새롭게 접촉해 협력을 호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다카이치 총재를 비롯한 현 사설 바카라 간부와 일본유신회 간 인맥이 깊지 않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야당간 결집을 통한 정권 교체를 주장하지만 이 역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전날 "좀처럼 없는 기회"라며 "서로의 차이를 넘어 일치점을 찾아 협력할 수 있다면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입헌민주당은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 때 대중적 인기가 높았던 다마키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표를 줄 수 있다는 얘기까지 했지만 국민민주당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다마키 대표는 양당이 안보·에너지 정책 등에서 방향이 다르다며 "현재의 입헌민주당과는 (연립을) 짤 수 없다"고 말했다.
■총리 지명 선거 결과 '안갯속'..국정 운영도 쉽지 않아
상황이 이렇자 이달 하순 임시국회에서 총리 지명 선거가 열려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집권당 대표가 바뀌면 총리를 새로 뽑는다. 총리 지명선거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이 각각 실시하며 결과가 다를 경우 중의원 결과를 따른다. 중의원의 향방이 선거에 결정적 요인인 셈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면 당선이 확정되고,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이 결선 투표를 치른다. 결선 투표에서는 단순히 더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총리로 선출된다.
중의원 정당별 분포를 보면 총 465석 중 사설 바카라 196석, 입헌민주당 148석, 일본유신회 35석, 국민민주당 27석, 공명당 24석 등이다. 과반은 233석이다.
결국 입헌민주당의 제안대로 야당이 결집하면 정권은 교체될 수 있는 구조다. 다만 야권이 현재처럼 분열한 상태라면 각 정당이 자당 대표에게 각각 투표해 제1당인 사설 바카라의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로 뽑히게 된다.
다카이치 총재가 집권하더라도 국정 운영은 이시바 총리 때보다 한층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사설 바카라·공명 연립정부 때에는 제2야당이나 제3야당 중 한쪽의 협력만 얻어도 추경 예산안 통과에 필요한 표 확보가 가능했지만 공명당이 떨어져 나간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사설 바카라 내부선 "이시바 총리직 지속 또는 선거 다시 해야"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 지명에 실패해 2012년 말 이후 처음으로 사설 바카라이 정권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사설 바카라 내부에서는 이시바 총리가 퇴임을 번복하거나 다카이치 총재가 사임하고 사설 바카라 총재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자민당의 후나다 하지메 전 경제기획청 장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시바 총리가 사임 표명을 철회하고 당분간 정권 운영을 이어가거나 다카이치 총재가 사임하고 자민당 총재 선거를 다시 실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후나다 전 장관은 1979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돼 14선을 한 중진이다.
후나다 전 장관은 “이럴 바엔 (임시국회에서) 차라리 정권을 내던지고 야당의 실력을 지켜보자는 의견도 있지만 대내외 비상사태 속에서 이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설 바카라이 집권 여당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 유신회 및 국민민주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거나 국민민주당과 연립하고 일본유신회와 부분적 연합을 하는 방안이 있지만 “두가지 모두 매우 어려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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