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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북핵 임시조치로 동결도 괜찮아…북미 합의시 수용"(종합)

뉴스1

입력 2025.09.22 07:44

수정 2025.09.22 07:44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핵무기 폐기가 아니라 생산 동결이라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에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합의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한국인 노동자 구금에 대해서는 '충격적'이라고 묘사하면서도 이를 계기로 미국과의 관계가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공개된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는 대신 생산을 동결하는 트럼프-김정은 간의 합의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매년 15~20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하고 있다며, “핵 동결은 긴급한 중간 조치로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2022년 핵보유국임을 선언하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이후 모든 협상 제안을 거부해 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우리가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은 분명한 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인 목표만을 고집하기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일부라도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취임한 이 대통령은 전임 윤석열 대통령의 강경 대응으로 악화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총비서가 두 사람이 "상호 신뢰를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는 한국에 도움이 되고 세계 평화와 안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그의 유엔 총회 참석을 앞두고 서울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현재 한국은 유엔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가 한국에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안보리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제재를 반복적으로 막아왔다. 이 대통령은 그럼에도 “안보리 개혁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이 완전한 평화를 이루는 데 부족한 점은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최근 베이징 군사 열병식에서 김 총비서를 환영하고, 핵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이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의 핵 개발을 지원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러시아·북한의 밀착에 대해 “한국에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가 두 진영으로 나뉘고 있으며, 한국은 그 경계에 있다”며 “완전히 문을 닫을 수 없는 만큼, 우리는 중간 지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침공은 분명히 규탄받아야 하지만, 국가 간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며 “가능한 협력과 평화적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BC는 이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5%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고 백악관 방문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평가했다.

2주 전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한국 배터리 공장에서 일하던 수백 명의 한국인 노동자를 구금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그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국민이 겪은 가혹한 대우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 사건을 “충격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 한국 기업들은 미국 투자에 더 신중해질 것”이라면서도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북한을 향한 라디오 방송 중단 결정에 대해 “이 방송들이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정권을 자극하는 비용에 비해 얻는 이익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정부가 북한에 지나치게 적대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북한이 대화에 복귀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조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