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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정은 "한국과 마주 앉을 일 없다…비핵화 집념털면 美와 못만날 이유없어"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2 07:32

수정 2025.09.22 07:59

전날 최고인민회의 14기 13차회의에서 연설
李 대통령 실명 거론,'3단계 비핵화론'도 비난
3단계 비핵화론 "전임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우리 국가의 줄기찬 융성과 번영을 위해 일심매진해가는 전국인민의 열렬한 애국심이 영광의 9월과 더불어 더욱 세차게 끓어번지는 속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7돐(주년)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 9월 9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였다"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기념행사에 참석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우리 국가의 줄기찬 융성과 번영을 위해 일심매진해가는 전국인민의 열렬한 애국심이 영광의 9월과 더불어 더욱 세차게 끓어번지는 속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창건 77돐(주년)기념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 9월 9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되였다"며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 기념행사에 참석하시였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 캡처
[파이낸셜뉴스] 북한 선전매체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0~2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에서 "한국과 마주 앉을 일이 없다"면서 "미국이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만날 수 있다"는 연설 내용을 담아 보도했다.

22일 신문은 김 위원장이 주요연설에서 "이 기회에 한국과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일절 상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다"며 이같이 언급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우리와 대한민국은 지난 몇십년 동안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두 개 국가로 존재해 왔다"며 "조선 반도(한반도)에 지구상 가장 적대적인 두 국가, 전쟁 중인 있는 두 교전국이 첨예하게 대치되어 온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한국을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사실이 어제, 오늘 갑작스레 내린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며 "가장 적대국이라고 하는 것은 그들이 가장 적대적인 반공화국 적대행위의 역사를 걸어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익의 견지에서 볼 때 우리는 정치, 국방을 외세에 맡긴 나라와 통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철저히 이질화되었을 뿐 아니라 완전히 상극인 두 실체의 통일이란 결국 하나가 없어지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허황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하여 우리와의 진정한 평화 공존을 바란다면 우리도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내달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 예정인 가운데 북미 간에 깜짝 회동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다만 김정은은 "핵을 포기시키고 무장해제시킨 다음 미국이 무슨 일을 하는가에 대해서는 세상이 이미 잘 알고 있다"며 "우리는 절대로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제재 풀기에 집착하여 적수국들과 그 무엇을 맞바꾸는 것과 같은 협상 따위는 없을 것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의 전쟁 억제력은 지금 행사되고 있으며 나는 이 억제력의 제1사명이 상실되지 않기를 바란다. 만일 상실될 때에는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게 된다"며 "억제력의 제2의 사명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며 이는 곧 괴멸을 의미한다. 나는 이런 위험한 사태발전을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는 핵 위협도 잊지 않았다.

김정은은 "숙적인 두 개 국가가 통일된 사례가 세계사"에 없었다면서 "어느 하나가 없어지지 않으면 안 될 통일을 우리가 왜 하겠습니까"라며 통일에 대해 언급하며, 남북 관계 개선에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명백히 우리와 한국이 국경을 사이에 둔 이질적이며 결코 하나가 될 수 없는 두 개 국가임을 국법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역으로 지난해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처음 정의하고 개헌을 지시한 것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정은 또 "적들은 지금 대화 중단이 지속될수록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은 더욱 강화된다"고 하면서 대화를 빨리 재개해야 한다고 내놓고 떠들고 있다"면서도 "현 집권자의 이른바 '중단-축소-비핵화'라는 '3단계 비핵화론' 역시 우리의 무장해제를 꿈꾸던 전임자들의 '숙제장'에서 옮겨 베껴온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재명 정부가 이전 정권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우리에 대해 그 무슨 '관계 개선'이요 '평화'요 하면서 '융화 노선'을 제창하고 있는데 본질상 달라진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흡수통일' 야망에 있어서는 오히려 반공화국 정책을 국시로 정하였던 이전의 악질' 보수' 정권들을 무색게 할 정도"라고도 했다.

그는 남북 관계 복원을 외치면서 "돌아앉아서는 상대에 대한 핵 선제타격을 노린 핵 작전 연습, 다령역합동군사연습과 같은 침략적인 전쟁 시연을 확대 강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또 내년 예산안에는 우리 국방비가 8.2%가 증액됐다고 언급하며 "반공화국 대결 광신으로 악명 떨친 윤석열 정권을 훨씬 능가"한다고 비난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