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대한민국의 삼권 분립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 사실 이재명 대통령의 "권력에도 서열이 있다"는 발언도 어느 정도는 맞다. 애초 사법부 수장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나라에서 입법·사법·행정권이 평등하다는 삼권분립은 조건부 원칙에 가깝다.
다만 사회적으로 삼권분립이란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 간 견제 기능이 때때로 작동하면서 삼권분립이라는 원칙을 어느 정도 긴장감 속에 유지할 수 있었다.
제헌헌법 이후 역대 모든 선출된 권력자들이 여대야소로 국회를 장악했든, 아니든 삼권 분립의 정신을 지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12·3일 계엄 이후 현 여권은 행정부와 입법부를 모두 장악했고, "내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일사불란한 구호 아래 사법부를 개혁하려는 것인지, 장악하려는 것인지 의심의 눈길을 피할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민주당은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청) 신설이라는 하위법 개정을 통해 일각의 위헌 소지 우려 속에 검찰 해산을 추진하고 있다. 내란 재판 중인 법원을 믿을 수 없다며 또 위헌 소지가 큰 내란·국정농단 전담재판부 설치 법안까지 발의하고 나섰다.
여권의 사법부에 대한 악감정은 새로운 게 아니다. 야당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는 사법부와 선출된 권력 간 충돌을 불러왔고, 언젠가는 터지게 될 문제였다.
당시 야당인 민주당에 사법부는 자당의 대선 후보의 정치생명을 끊으려는 불의의 집단으로 보였을 것이고 이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바로잡고 싶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과 180도 다른 진영에 서 있는 국민들에게는 자신들이 불의의 집단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민의를 확인하는 선거는 국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결국 어느 정도 승자 독식이 된다는 한계를 동반한다. 그래서 삼권분립이 더욱 중요하다. 거대 여당이 되었다고 4~5년의 짧은 권력으로 나라의 근간까지 흔들면 안 된다. 승자 독식이 사법부 파괴라는 독이 든 사과를 먹는 '독식'(毒食)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당이 내란이라고 지탄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도 집권여당에 맞설 수 있는 삼권 분립이라는 입법부 존재 속에서 막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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