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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안하면 12세 이전 사망…140회 발작까지 '이 병' 뭐길래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22 05:25

수정 2025.09.22 14:16

두 살 무렵까지 또래와 다름없이 성장하던 아이가 점차 배운 말을 잃고 수천 번의 발작 끝에 결국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 진단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PA리얼라이프
두 살 무렵까지 또래와 다름없이 성장하던 아이가 점차 배운 말을 잃고 수천 번의 발작 끝에 결국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 진단을 받은 사연이 전해졌다. 사진=PA리얼라이프

[파이낸셜뉴스] 두 살 무렵까지 또래와 다름없이 성장하던 아이가 배운 말을 잃고 수천 번의 발작 끝에 희귀 난치성 유전질환 진단을 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영국 일간 더선 보도에 따르면 런던 액턴에 사는 엠마 부키치(38)와 맥스 브리지(38) 부부는 딸 로지(4세)가 두 살 무렵 언어 발달이 더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로지에게는 퇴행 징후도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부모는 자폐 스펙트럼 가능성을 의심하며 지켜봤다. 그러나 2024년 9월 첫 발작 이후 지금까지 약 3000회의 발작을 겪었고, 약물에도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으로 진단됐다.

이후 유전자 검사에서 'CLN2형 바텐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치매 마비 동반되며 결국 어린 나이 생 마감

해당 질환은 특정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의 결함으로 인해 신경세포 내 독성 물질이 쌓이면서 언어, 시력, 보행, 삼킴 기능을 상실하게 한다. 치매와 마비가 동반되며 결국 어린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치료받지 못한 환아의 평균 기대수명은 10~12세에 불과하다.

다행히 로지는 효소대체요법(ERT)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병의 진행을 늦출 뿐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다. 로지는 2주마다 평생 정맥 주사를 맞아야 하며, 이 치료가 중단될 경우 빠른 악화가 불가피하다. 현재 영국에서는 재정 문제로 새로 진단된 환아의 치료 지속 여부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부모는 이미 아동 치매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맥스는 "치료가 병을 고치지는 못하지만, 단 하루라도 더 많은 생일과 추억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극희귀 신경퇴행성 유전질환

CLN2형 바텐병은 소아기에 발병하는 극희귀 신경퇴행성 유전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만~25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질환은 TPP1 유전자 변이로 인해 특정 효소(tripeptidyl peptidase 1)가 결핍되면서 발생한다. 세포 내 분해산물이 축적돼 신경세포가 점차 손상된다.

보통 만 2~4세 무렵 첫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발달 지연과 간질 발작이 나타나고, 언어와 보행 능력 상실, 시력 소실, 치매, 삼킴 곤란으로 진행된다.
치료하지 않으면 대부분 10~12세 이전에 사망한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는 효소대체요법(ERT, 세를리포나제 알파·Brineura)이다.
2주마다 뇌실 내 주입해야 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