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연 롯데홈쇼핑 트렌드패션팀장
"제대로 된 한 벌이 요즘 트렌드"
절제미 담은 '네메르' 새롭게 선봬
캐시미어 소재에 특수공정 거쳐
'한 끗' 다른 디자인 입힌 옷 완성
"제대로 된 한 벌이 요즘 트렌드"
절제미 담은 '네메르' 새롭게 선봬
캐시미어 소재에 특수공정 거쳐
'한 끗' 다른 디자인 입힌 옷 완성

"홈쇼핑은 저가, 다구성 채널이라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 걸어도 손색없는 옷을 선보인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지난 2003년 입사한 뒤 20년 넘게 패션 상품기획(MD)에 몸담아온 황혜연 롯데홈쇼핑 트렌드패션팀장(사진)은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패션 상품개발(MD) 베테랑이다. 패션팀 MD, 잡화팀 팀장을 두루 거쳤다.
그는 의류 관련 전공을 살려 MD 일을 시작하면서 상품 기획과 시장 분석 등의 업무에 흥미를 붙였다.
MD 시절 직접 라이선싱해 출시한 미국 디자이너 브랜드 '데렉 램'이 도화선이었다. 당시 홈쇼핑에서 보기 힘들었던 시크하고 세련된 룩을 기획했고, 성공적인 판매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3.1 필립림 스튜디오'를 롯데홈쇼핑에 론칭했다. 오리지널 디자인 차용 여부까지 본사 컨펌을 받아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검증을 거쳤지만, 그만큼 새로운 도전이었다. 동시에 '조르쥬레쉬'를 메가브랜드로 키우며 50대 커리어우먼을 핵심 타깃으로 잡았다.
"명품 소비 경험이 있는 고객들은 품질만 확실하다면 낯선 브랜드라도 선택한다"는 그의 철학이 기존의 틀을 깨는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황 팀장은 홈쇼핑패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키워왔다. 그는 21일 "이제 그때그때 유행에 맞추는 패스트패션 시대가 지나고, 부동산 시장에서 '똑똑한 한 채'가 유행하듯 제대로 된 한 벌의 옷을 찾아 오래 입는 흐름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홈쇼핑도 그 변화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 '네메르(neMMER)'다. '새로운 시각'을 뜻하는 'ne'와 '나를 마주하다'는 의미의 'MMER'를 합친 이름에는 '나를 닮은, 나를 담아낸 옷'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황 팀장은 "로고 등을 통해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 자체의 고급스러움과 절제된 디자인으로 '나다움'을 표현하는 '로키 럭셔리'를 지향했다"고 설명했다.
협력사 선정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 기존 홈쇼핑 납품 경험이 있는 업체는 배제하고, 오프라인이나 해외에서 활동해온 고급 브랜드 협력사를 찾아냈다. 그중 일부는 '홈쇼핑에서 고가 상품이 통할까'라며 주저했지만, 황 팀장의 끈질긴 설득 끝에 합류했다.
대표 소재인 '브러시드 캐시미어 니트'는 캐시미어 함량을 높이고 특수공정을 거쳐 차별성을 확보했다. 황 팀장은 "단순히 좋은 소재가 아니라 '한끗' 다른 디테일을 입힌 옷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네메르'는 큰 프로젝트였다. 두 차례 쇼케이스를 열며 주목도를 높였다.
황 팀장은 앞으로도 홈쇼핑 패션의 고정관념을 깨는 도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긴 커리어 동안 남들이 '될까' 반신반의하던 상품이 성공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며 "네메르도 그런 도전의 연장선이고, 고정관념을 깨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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