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포럼] 美·中 SMR경쟁과 시사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9.18 18:48

수정 2025.09.18 19:32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최근 재생에너지 간헐성의 한계, 배터리 저장기술 발전 속도 지연과 용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원자력이 현실적 탄소중립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특히 유럽 에너지 위기로 프랑스, 핀란드, 체코 등은 물론 대만, 일본 등도 원전 확충에 나섰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마련한 지구 온도 1.5도 감축을 위한 90개 대안 모두에는 2050년까지 원자력 에너지가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강조한 바 있다. 이 경우 원전에서만 87GT의 탄소배출을 회피함으로써 세계 탄소예산 중 약 20%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화두는 안전성이 뛰어난 소형모듈원전(SMR)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SMR 용량은 2040년경 전 세계 원전의 10%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며, 2050년까지 SMR에 대한 누적 투자액은 6500억~7000억달러에 이르면서 핵심 기저전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SMR은 글로벌 빅텍크 기업들의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되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무탄소 전력공급을 위해 테라파워를 공동 창업하고 차세대 나트륨 SMR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보다 상당히 앞선다는 평가다. 이러한 격차는 주로 실증 원전의 착공·가동 일정, 인허가와 자금조달 구조, 공급망 인프라 등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중국은 국가주도 전략을 통해 SMR 실증과 상업화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고온가스냉각로형 SMR인 HTR-PM은 2012년 착공 후 2021년에 세계 최초 상업운전에 들어갔고 125㎿e급 경수로형 SMR인 ACP100은 2021년 착공, 202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마무리 중이다. 동일 기술세대 기준으로 중국이 미국보다 약 8~10년 앞서고 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반면 미국은 민간주도 다원화된 노형 개발이 강점이다. 다만 실증과 상업화에는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뉴스케일 VOYGR은 2020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설계인증을 받았으나 실증사업인 UAMPS 프로젝트가 2023년 취소되면서 가동 시점이 불확실해졌다. X-에너지의 Xe-100은 인허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나 2030년쯤 가동이 가능하고 테라파워의 나트륨도 2030년대 초에나 상업운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NRC의 엄격한 인허가, 민간과 지방정부 중심의 자금조달 구조, 제한적 제작·조립 인프라 등이 일정 지연요인이란 평가다.

중국은 국무원과 국가원자력국, 국가핵안전국 등이 나서 SMR 프로젝트를 직접 승인·지원하며, 중앙집중식 공급망과 모듈 제작 인프라를 확보해가는 반면 미국은 프로젝트별 민간주도 방식이어서 사업 추진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평가도 있다. 다만 기술의 폭과 다양성, 연료·냉각재 기술혁신 등으로 인하여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앞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2012년 스마트 SMR로 세계 최초 표준설계 허가를 취득한 우리는 실증 경험을 확보하지 못하여 미국, 중국은 물론이고 러시아나 유럽연합(EU), 일본 등에도 밀린다는 평가다. 일부 기자재나 설계·조달·시공(EPC) 업체들이 미국 SMR 개발사들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선에서 만족하는 형편이다.
SMR에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