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원료 수급·인프라 한계 여전
폐플라스틱 가격도 두 배 이상 뛰어
업계 "고품질 확보 난망" 우려
폐플라스틱 가격도 두 배 이상 뛰어
업계 "고품질 확보 난망"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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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따라 석유화학 기업들의 감축 과제가 2035년까지 유지되면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 차원의 인프라 구축과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바이오 기반 납사와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온실가스 감축의 핵심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술은 상용화 지연·경제성 부족·원료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현실적인 한계에 직면해 있다.
김대웅 한국화학산업협회 본부장은 "2030 NDC는 지난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였다"며 "2035 NDC에서도 같은 과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3대 업종을 대상으로 △공정 전환 △원료 대체 △연·원료 전환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억2260만t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재활용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국내 최초로 화학적 재활용 페트(PET)를 활용한 타이어를 개발했고 화장품 용기·칫솔 등에도 재생 플라스틱을 적용해 제품군을 확대 중이다.
LG화학은 영국 무라 테크놀로지의 초임계 열분해 원천 기술을 도입해 연산 2만t 규모의 열분해유 공장을 구축했고 롯데케미칼은 울산공장에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 설비를 설치하고 오는 2030년까지 재활용 소재 연 100만t 생산 체제를 목표로 삼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 납사는 원료 수급과 단가 경쟁력 문제로 인해 여전히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폐플라스틱 재활용 전략도 고품질 원료 확보와 최종 수요처 확보라는 장벽에 부딪혀 있다.
특히 국내는 폐플라스틱 수거·선별 인프라가 부족해 고품질 원료 확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플라스틱 선별 전문업체 341곳 중 투명 페트병 선별 시설을 보유한 곳은 57곳으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
여기에 수요 급증으로 폐플라스틱 소재 가격이 크게 올라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자료에 따르면, 압축 투명 페트의 평균 가격은 지난 2020년 ㎏당 233원에서 2023년 482.5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고, 압축 폴리에틸렌(PE) 역시 같은 기간 301원에서 487원으로 상승했다.
이처럼 국내 화학사들이 관련 기술과 설비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원료 확보를 위한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활용 기술이 아무리 고도화돼도 투입 원료의 품질이 일정 수준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면 공정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플라스틱 재생원료 사용을 법제화하고 제품군별로 재활용 원료의 최소 사용 비율을 설정해 점진적으로 상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원료 확보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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