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최근 생명보험사는 고령화, 저출산, 인구감소 등 사회구조 변화로 주력 상품인 사망보험의 수요 급감에 직면해 있다. 사람이 죽지 않고, 아이를 많이 낳지도 않는 사회에서 사망보험의 필요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망보험금 유동화' 등 보험금 기능 다양화를 통해 사망보험의 수요 확대에 나서고 있다.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이어 생명보험사 '빅3' 중 가장 마지막으로 한화생명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업에 진출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종신) 계약자가 보험금 수령자와 수령 방식 등을 미리 설정하고, 신탁 사에 관리와 운용을 맡기는 제도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에서 사망보험금에 대한 청구신탁을 허용하면서, 보험사들의 청구신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피보험자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생명보험 중 △최소 보험금 3000만 원 이상 △보험계약자·피보험자·위탁자의 동일성 △수익자를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하고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 있으면 신탁 설정이 불가하다는 규정 등이 있다.
현재 삼성생명, 교보생명, 미래에셋생명, KB라이프, 흥국생명 등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 진출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회사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2006년 종합 신탁업 자격을 취득해 신탁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신탁 컨설팅 역량을 키워왔다. 지난해 11월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한 이후 올해 6월 기준 누적 계약 건수 780건, 가입액 2570억 원에 이르고 있다. 월평균 신규 체결 금액은 260억 원 규모다.
같은 시기 상품을 선보인 교보생명도 올해 6월 말 기준 보험금청구권 신탁 건수 554건, 가입액 800억 원 규모를 판매했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은 900조 원 규모다. 생보사 22곳의 일반사망 담보 누적 보유계약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883조 원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신탁시장으로 유입된다고 가정한다면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기존 사망보험금을 많이 보유한 회사들이 유리한 만큼 먼저 시장에 진출한 삼성생명, 교보생명과 빅3 중 가장 마지막으로 시장에 진출한 한화생명의 경쟁이 앞으로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저출산, 인구감소 등 사회구조 변화로 생보사의 주력 상품이었던 사망보험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사망보험금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보험금청구권 신탁과 함께 다음 달에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이 출시된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종신보험에 가입한 계약자가 보험료 완납, 연령 충족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할 경우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동안 연금처럼 당겨 받을 수 있는 서비스 상품이다.
다음달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보사가 먼저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을 출시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연금 개시 적용 연령을 종전 65세 이상에서 55세 이상으로 확대해 소득 공백이 시작되는 50대 중반부터 노후 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보험업계는 올해 우선 '연 지급형' 상품이 시장에 선보이고, 내년에는 '월 지급형'이 추가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사망보험금 유동화 상품 등을 통해 종신보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사업들이 기존 사망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신규 고객의 사망보험 가입을 유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사망보험금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일부도 신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하고 사망보험금 유동화도 연금뿐만 아니라 더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 금융위는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향후 연금뿐만 아니라 요양·간병, 헬스케어 서비스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김동규 보험연구위원은 "신탁업 자체가 보험사 영업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도입된 보험금청구신탁을 일반 사망보험에서 저축성보험이나 일반건강보험으로 확대해 보험사가 효율적으로 노후 금융지원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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