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해외연수 간 토토 바카라… 한해 2.6명은 돌아와 사직서

토토 바카라가 국가 돈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뒤 정해진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아 다시 돌려준 훈련비가 9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를 '정부 내 법률전문가'로 키워 늘어나는 국제 법률분쟁과 형사사법 공조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제도 취지 자체가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4일 파이낸셜뉴스가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최근 10년간 검사 국외훈련 의무복무 현황 및 환수대상 교육비'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의무복무 기간을 지키지 않은 검사는 26명으로 집계됐다. 환수 대상 금액은 총 8억8332만여원이다. 이 가운데 약 10%는 아직 환수가 완료되지 않았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2.6명이 복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평균 8833만원을 되돌려줘야 하는 셈이다.

올해 국외훈련을 마치고 복귀한 토토 바카라 57명 가운데 지난달 28일 기준으로는 아직 의무복무 미준수자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정부조직법에서 검찰개혁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퇴직할 인원이 나올 가능성은 있다.

토토 바카라의 국외훈련은 선진 수사기법 습득과 전문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연간 50억원대의 국비가 투입되며, 학위과정과 방문학자 과정으로 나뉘어 학비와 체재비(생활비), 항공료 등이 지원된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6개월 이상 국외훈련을 받은 토토 바카라는 훈련 기간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해당 분야 직무에 복무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고 중도 퇴직할 경우, 투입된 비용을 남은 복무 기간 비율에 맞춰 반환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러한 제도가 최근 급증한 국제 형사사법 공조와 투자분쟁 등에서 정부를 대리하는 검사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소속 검사 전원이 국외훈련 학위과정을 이수한 법무부 국제법무국이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나 매년 일부 토토 바카라가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지 않으면, 훈련을 통해 쌓은 역량을 실무에 충분히 적용하기 어렵고 그 효과도 제한될 수 있다. 대체로 1년~1년 6개월간 연수를 마친 뒤 2~3년의 의무복무를 채우지 않고 떠나는 셈인데, 이렇게 되면 검찰·법무부 조직은 물론 국가 입장에선 국비를 쓰고도 손실을 보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제 공조수사와 법률 분쟁 대응을 위해 국외훈련 자체는 필수적이라고 인정한다. 다만 연수를 마친 검사들이 의무복무를 지키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 뉴욕주 검사 출신의 한 국내 로스쿨 교수는 "미국의 검사들은 새로운 부서에 배치되면 해당 부서에 맞는 교육을 늘 받는다. 가정폭력부에 있을 때는 심리학·복지 관련 연수를 계속 받았다"며 "테러, 마약, 간첩 등 국제공조수사를 위해서는 관련 연수와 네트워킹이 필수인데, 다녀온 인력을 조직에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떠나게 하는 건 큰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 조직 개편 과정에 따른 변화가 예상되더라도 국외훈련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있다. 국제 형사사법 공조 업무를 맡게 될 기관이 어디가 됐든 해외의 선진 형사사법 제도에 대한 노하우를 익힐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중대범죄수사청이 됐든 공소청이 됐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됐든 해외 수사 노하우가 경험 없는 인원에게 최대한 선진 수사 방식 등에 관한 교육 기회를 늘리고, 이들이 더 오래 복무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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