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족쇄 묶여 72인실 수용
귀국날엔 3500억弗 투자 압박
귀국날엔 3500억弗 투자 압박

사설 바카라시설도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현지에 첨단 공장을 짓기 위해 미국으로 날아간 한국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미 당국이 이런 무자비한 대우를 한 것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사전에 문제가 됐던 비자제도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은 우리 측에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동맹국 근로자에 대한 이런 식의 대우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구금됐던 근로자들은 현지 공장 건설 작업에 필수인력이었다. 현지인 채용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공정이어서 이들이 없으면 공장 건설 작업 진행이 불가능하다. 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여러 정치적 이유로 선을 넘은 미국의 무례와 오만을 우리 정부는 반드시 따져 묻고 구금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진상도 가려내야 한다.
구금 사태 후폭풍은 앞으로 만만치 않을 것이다. 당장 주요 인력이 모두 미국을 떠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은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며 미국 시장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온통 불확실성투성이인 미국 투자에 몸을 사리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트럼프 정부가 노리는 미국 제조업 부활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미국의 처사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데 미국 정부는 오히려 한술 더 뜬 관세 압박에 시동을 걸었다. 구금자들이 풀려나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11일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강공에 나섰다.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펀드 운용방식과 관련해 한미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펀드 대부분을 대출·보증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 측은 직접투자를 요구한다. 일본이 수용한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정하면 일본은 45일 내 자금을 대기로 했다. 투자금 수익의 90%는 미국이 갖기로 했는데, 우리에게도 이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4위 경제대국이자 준기축통화국인 일본과 우리의 처지가 같을 수 없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00억달러 수준이다. 트럼프 정부의 '투자 백지수표'를 그대로 수용할 순 없다.
협상이 계속 난항을 거듭하면 상호관세는 다시 25%로 오르고, 15%로 낮추기로 한 자동차 품목 관세도 25%로 원위치된다. 기업과 정부가 둘 다 속이 바짝 탈 것이다. 하지만 이럴수록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첫째도, 둘째도 전체 국익이 우선이다. 쉬운 일이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유연함과 뚝심을 발휘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