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개막작
獨활동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 첫 창극 도전작
기존 창극 서사 거부…잔혹한 현실 속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 정면 응시
캐릭터 입체화…'라이브 캠'으로 인물들 내면 파고들어
국악-양악 조화…진부한 민속극에서 건져올린 '새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
![[서울=뉴시스]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 '심청'에서 얼굴에 상처가 가득한 어린 심청이 스크린에 나오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9/07/202509071100562834_l.jpg)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심청은 어떤 사람인가요?'
이 질문을 갖고 사람들을 인터뷰한 영상이 공연에 앞서 관객들을 맞는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효녀, 효심의 아이콘, 착한 사람 컴플렉스 등으로 답한다. 응답들 중 한 소녀의 말이 귀에 박힌다. 초등학생 쯤으로 보이는 소녀다. "착한 애? 아버지를 사랑한 애? 음, 근데 굳이 바다에 뛰어들었어야 했나요?"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페라 연출가 요나 김의 첫 창극 도전작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도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요나 김은 교훈적이다 못해 진부한 민속극을 거부하고 뒤틀어놓는다. 요나 김이 연출한 국립창극단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에는 눈 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 깊은 물속에 뛰어들고, 연꽃에 실려 살아돌아와 왕비가 돼 아버지 눈을 뜨게 하는 효녀는 없다. 버려지고 학대 받고 죽어가야 했던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이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요나 김의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은 차라리 '잔혹 동화'에 가깝다.
관객들은 150분간 벗어날수 없는 굴레 속에서 고통과 상처로 몸부림치는 수많은 딸들을 정면으로 응시하게 된다. 소녀를 비극으로 몰고간 이들과 이를 묵인한 공동체의 추잡한 민낯과 함께.
서막부터 섬뜩하다. 70명의 소녀가 객석 쪽에서 무대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내달리더니 이내 되돌아서 뛰어나온다. 창백한 얼굴에 검푸른 눈두덩이. 죽은 소녀들, 바로 수많은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이다.
![[서울=뉴시스]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 '심청' 공연 장면. 남경 선인들이 심청을 결박하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9/07/202509071100588246_l.jpg)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의 참혹한 서사에 잔혹함을 더하는건 인물들이다.
원전의 무능력하지만 착한 심봉사는 이 작품에선 본능에 충실하고 자기 욕심에 딸을 사지로 내모는 이기적인 인물, 사회부적응자에 가깝다. 뺑덕은 심봉사와 심청을 이용해 돈을 갈취하는 탐욕적인 인물로, 장승상댁 부인은 심청을 돈으로 사 아들들의 욕정을 채워주는 비뚤어진 모성애의 표상으로 그려진다.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의 캐릭터에도 변화를 줬다.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지만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에게 씌워진 운명의 굴레를 벗어던지려는듯 등에 업힌 아버지를 내팽개치는가 하면, 그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녀의 내적 갈등을 표현한 것일뿐, 현실에서 소녀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담배 하나를 꺼내무는 정도다.
관객들로 하여금 등장 인물들의 이런 복잡다단한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게 하는건 라이브 카메라의 힘이다.
라이브 카메라를 맡은 벤야민 뤼트케는 무대 위에서 배우의 감정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포착해 스크린으로 송출,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진 비밀, 수치, 고통 등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무대에 스크린으로 중간막을 친 2중 무대는 연극적인 대사가 전무한 창극의 한계를 뛰어넘어 인물과 서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한다. 요나 김이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을 판소리극이 아닌 '판소리 씨어터'라 명명한 이유다.
![[서울=뉴시스]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 '심청' 공연 장면. 심청의 초상화가 된 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9/07/202509071101004745_l.jpg)
새로운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을 만들어낸 또다른 장치는 음악이다.
판소리 대목은 그대로 살리면서 극의 흐름과 인물의 정서에 따라 화자를 달리하거나 원전과 다른 맥락으로 배치해 기존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의 이미지를 전복시킨다. 또 여러 창자가 돌림노래 형식으로 부르거나, 독창·중창·합창으로 다양하게 구성해 판소리 음악어법을 확장하고 웅장미와 비장미를 한층 끌어올린다.
국악과 양악은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가야금, 거문고, 대금, 아쟁, 소리북, 장구 등 국악기의 수성가락 반주에 태평소, 나발 등 독특한 음색이 더해져 창극을 훤씬 풍성하게 채웠고 바이올린, 첼로, 콘트라베이스 등 현악기는 무대와 객석간의 감정적 간극을 메웠다. 장이 전환될 때마다 다섯 대의 북 연주는 오페라의 전형을 따랐다.
마지막 9장 '눈을 뜨다'는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딸들을 향한 메시지이자,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은)굳이 바다에 빠져야했나'라는 소녀의 질문에 대한 요나 김의 답이다.
노파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이 '해당은 광풍에 날리고 명월은 해문에 잠겼도다. 닻 감어라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 어기야'라고 창을 하자 무대 하부에서 솟아오른 연단에 흰 연꽃을 손에 든 어린 소녀들이 서있다. 소녀들이 죽은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의 혼일 수도, 환생한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일 수도 있겠다. 노파의 창에 이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는 집단적 폭력에 스러져간 딸들을 위한 진혼곡이다.
막이 내리면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이 유유히 공연장을 걸어나간다. 라이브 카메라가 공연장을 빠져나가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는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을 비춘다. '마침내'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은 진부한 민속극에서 건져올려졌다. 해방이다.
요나 김은 '연출의 글'에서 말한다.
"딸이라는 존재는 공동체 내에서 가장 아프고 힘든 부분을 감당하다가 쉽게 버려지거나 죽어가야 했던 가장 힘없고 이름 없는 모든 약자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나는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그들을 위한 진혼곡의 공간을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진혼곡이 끝나면 그녀를 되살려 미지의 운명을 향해 담담히 뛰어나가게 해야한다."
국립창극단의 '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은 국립극장과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준비한 공동제작프로젝트다. 지난 8월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첫선을 보인데 이어 오는 28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리는 '창극 중심 세계 음악극 축제' 개막작으로 이달 3~6일 공연했다.
![[서울=뉴시스]에볼루션 바카라 사이트 '심청' 공연에서 마지막 장면. 심청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국립극장 제공)](https://image.fnnews.com/resource/media/image/2025/09/07/202509071101024812_l.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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