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바카라 전략 감독권 언급
우선 과제는 바카라 전략 확보
우선 과제는 바카라 전략 확보

엄밀히 말해 바카라 전략의 위상 논쟁은 크게 독립성과 감독권 확보 등 두 갈래로 나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감독권 강화는 별개 문제로 보이지만 동면의 양면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따라서 독립성을 빼놓고 감독권 강화만 논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독립성과 감독권을 모두 확보하려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상충할 때 우선순위를 판단할 의사결정 프로토콜을 정립해야 한다. 감독기관 간 중복과 갈등 이슈는 정치적 판단과 정책 효율성의 잣대로 풀어야 할 과제다.
물론 한은 감독권 주장은 매우 합리적이다. 경제정책은 갈수록 복합적 요인과 불확실성이 점철돼 있다. 이에 금융안정이 큰 숙제인 한은이 금융기관에 대해 정보 획득과 감독 강화를 한다면 선제 대응도 가능하다. 금융 선진국인 미국·유럽연합(EU)·영국에서 중앙은행의 검사권이 더 강하다는 점도 이 총재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그럼에도 일 잘하는 바카라 전략이 되려면 독립성이 감독권보다 우선이라는 점은 여러 사건에서 확인 가능하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멍청이'라고 부르는 등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확 내리라고 주문하는데, 파월 의장이 신중론을 고집해 답답하고 화가 난 모양새다.
백번 양보해 트럼프 행정부의 심정에 이해되는 대목이 있긴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관세협상을 비롯해 기축통화인 달러화 가치 하락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글로벌 경제 주도권을 꽉 쥐겠다는 계산이다. 이 과정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정책 조합으로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큰 그림을 읽지 못한 파월 의장이 멍청이로 보일 것이다. 반면 중앙은행 수장은 소명의식이 생명이다. 인플레이션과 금융불안이 터지면 중앙은행의 존립 근거가 흔들린다.
우리가 주목할 점은 독립성과 감독권이 강한 미 연준조차 정권의 압력 앞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연준 의장을 조기 교체할 듯 압박하는 언론 플레이도 중앙은행의 독립성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중앙정부가 큰 청사진으로 경제정책을 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행정부의 정책실기나 무능으로 벌어진 경제위기를 기준금리 실기 탓으로 돌린다면 단단히 잘못된 책임 뒤집어씌우기다.
한은 독립성 논란은 미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지난해 하반기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당시 정부와 집권 여당이 기준금리를 낮추라고 한은을 거듭 몰아세웠다. 그럼에도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경제가 더 어려워졌다는 게 금리 실기론이다. 이 총재는 금리 판단의 결과를 1년 뒤에 두고 보자고 했다. 금리 실기론이 과연 맞는지 아니면 과도한 주홍글씨 박기인지 두고 볼 일이다.
결국 한은의 위상 제고에서 1순위는 독립성이다. 정권 재창출을 꾀하는 게 정치의 속성이다.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통화정책에 개입 유혹을 느끼는 게 현실 정치다. 한은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국가 통치구조를 바꾸는 개헌만큼 어려운 이유다. 바카라 전략의 감독권 확보 역시 독립성이라는 관점을 견지해야 한다. 독립성이 없는 감독권 부여는 자칫 오남용될 소지가 높다. 한은이 금융기관을 감독할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점을 꾸준히 입증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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