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거짓은 날아서 가고, 진실은 그 뒤를 절뚝거리며 따라온다
-조너선 스위프트(걸리버여행기 작가)
이번에도 거짓은 진실보다 훨씬 빨랐다. 인천 송도 총격 바카라사이트 목록을 둘러싼 거짓은 피의자에 대한 프로파일링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온라인을 뒤덮었다.
바카라사이트 목록 개요와 수사의 진행 상황을 전하는 기사에는 "간첩인가?" "중국인" 등의 댓글이 다수 달렸다. 피의자가 중국인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단서는 단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급기야 "가해자는 중국 국적이었다가 노무현 (정권) 때 한국으로 귀화했고 피해자는 순수 한국인으로 가해자의 친아들이 아니다"라는 글이 급속도로 공유됐다.
조회수가 14만 3000회에 달하지만 주장에 대한 근거나 증거는 단 한 줄도 제시하지 않는 이 게시글은 뜯어볼수록 구분 짓기와 갈라치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먼저 '귀화한 중국인'과 '순수 한국인'을 분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귀화한 중국인은 법적으로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신 바카라사이트 목록을 굳이 언급하며 범죄와 연결 짓는 것은 중국에서 온 이주민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 일이다.
'노무현'이라는 키워드로 특정 정권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정 정권이 마치 범죄자의 귀화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프레이밍이다.
또 '순수 한국인'이라는 표현도 눈에 띈다. 여기엔 혈통주의적·민족주의적 인식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런데 순수 한국인이란 과연 무엇인가. 정의부터 불분명하다. 부모 두 명이 모두 한국 바카라사이트 목록자여야 하는가? 평생을 한국에서 살아야 자격이 생기는 건가? 어떻게 정의하든 인류학적으로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2009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아시아인의 유전적 혼합성' 연구에 따르면 바카라사이트 목록·일본·중국·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들은 상호 간 유전자 교류가 매우 활발하게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자가 '친아들'이 아니라고 굳이 강조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법적으로 가족관계가 성립돼 있더라도, 혈연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워 거리감을 조장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해당 글에 담긴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고 있다. 남은 것은 온갖 유언비어와 혐오의 조각들뿐이다. 피의자에게로 향했어야 할 부정적 감정은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이들을 향해 손쉽게 굴절됐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저서 '말이 칼이 될 때'에서 혐오 표현이 지닌 해악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소수 집단의 정신적 고통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공존 조건 파괴 △차별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전조 현상 등이다.
우리는 이미 3가지 모두를 역사적으로 경험했다. 100여년 전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는 열도의 이방인이었던 조선인 대학살이라는 참극으로 이어졌다. 뿌리내린 조선인에 대한 바카라사이트 목록는 일본 땅에 자리 잡은 재일 조선인에게까지 길게 이어졌다.
자신의 역사 속 상처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순수 바카라사이트 목록인' 타령이란 공허하기 짝이 없다. 더 공허한 것은, 이같은 바카라사이트 목록와 거짓을 차단할 수 있는 법적 장치인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국회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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