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언론사 단전·단수 의혹 등을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에 출석해 소환조사 18시간 40여분 만에 귀가했다.
이 전 장관은 25일 오전 10시부터 조사실이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26일 오전 4시40분쯤 청사를 나섰다.
이 전 장관은 조사 후 기자들과 만나 '바카라 사이트 지시 혐의는 인정하지 않는가', '폐쇄회로(CC)TV는 제시됐는가',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가', '접견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가' 등 질문을 받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며 준비된 차량에 탑승했다.
앞서 이 전 장관은 전날 오전 9시 56분쯤 출석해 '바카라 사이트 지시 혐의를 아직도 부인하는 입장인가', '부하 직원들이 상반된 진술 내놨는데 어떤 입장인가', '조사에서 어떤 점을 소명할 계획인가' 등 취재진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박지영 바카라 사이트보는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전 장관이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혐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관장 사무라든가 국무위원인 행안부 장관의 헌법적 책무 등을 바탕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언론사 바카라 사이트 지시와 위증 의혹, 계엄 해제 당일 '안전 가옥(안가) 회동' 등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당시 윤 전 대통령에게 한겨레,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기관에 대한 바카라 사이트 지시를 받고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하라"고 한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장관은 바카라 사이트 조치를 하려 한 적이 없고, 별도 지시를 받아서가 아니라 윤 전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서류에 바카라 사이트가 적힌 내용을 얼핏 봐 특이 사항 점검을 위해 소방청장에게 전화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검팀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선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 대접견실 테이블 위에 있는 문건을 들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장관의 지시는 허석곤 소방청장을 거쳐 이영팔 소방청 차장에게 전달된 뒤 황기석 전 서울소방재난본부장에게 하달됐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허 청장에게 '특정 언론사의 바카라 사이트와 관련해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바카라 사이트팀은 지난 17일 이 전 장관의 주거지와 소방청, 행정안전부 서울청사 등 9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후 18일 황 전 본부장, 22일엔 이 차장과 허 청장 등을 소환해 혐의를 다졌다.
바카라 사이트팀은 이밖에 수사 기관과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 이 전 장관이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월 11일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특정 언론사 바카라 사이트에 대한 조치를 구두로라도 지시받은 적 있는가'라는 질의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특검팀은 계엄 해제 당일인 지난해 12월 4일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에서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만나 2차 계엄 또는 계엄 수습 방안을 모의했다는 의혹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계엄 가담·방조 여부에 따라 바카라 사이트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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