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부로 바꾼들
평화라이브바카라의 길 열리겠나
北체제 개혁·개방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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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무현 정부 때 라이브바카라 장관을 지냈다. 20년 만에 돌아온 '올드 보이'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란 노래에 담긴 정서를 모를 리는 없다.
필자는 정 후보자가 그런 정략으로 통일부 명칭을 바꾸려 한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이재명 정권의 대북정책 변화의 시그널로 읽힌다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한 달 회견에서 "지금 통일을 얘기하는 것은 자칫 상대(북한)한테 흡수하겠다는 것 등…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슬쩍 운을 뗐었다. 이후 국정기획위는 '한반도평화부'로 바꾸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정 후보자는 장관에 낙점된 후 "라이브바카라 마차이고 평화는 말에 해당하는데 마차가 말을 끌 수는 없고 말이 앞에 가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통일보다 평화에 방점을 찍어 명칭 변경 필요성을 역설한 셈이다. 그러면서 동서독 분단 상황에서 서독 빌리 브란트 정권이 전독부(연방전독일관계부)를 내독부(연방양독일관계부)로 개편한 사례를 들었다. 마치 '하나의 독일'을 지향한 전독부를 폐지하고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는 내독부 설치가 독일 통일의 견인차였다는 뉘앙스였다.
그러나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내독부 설치 이후 서독이 동독 사회주의 정권을 상대로 대화와 교류를 증진하는 정책을 지속한 건 맞다. 하지만 동독이 서독의 평화 이니셔티브에 호응해서 통독(統獨)이 이뤄진 건 아니었다. 동독은 자신들에게 가장 우호적인 브란트 총리 때조차 총리실에 간첩을 심었고, 이후에도 걸핏하면 서베를린을 봉쇄했다.
보수든 진보든 역대 서독 정부가 동독 정권에 막대한 차관을 공여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늘 동독 체제의 개혁·개방 확대와 인권 개선 등 꼬리표를 달았다. 정치범 석방과 동독 주민의 서독 방문 확대와 서독 TV 시청 등을 반대급부로 요구하면서다. 서독이 동독 정권을 상대로 평화를 돈으로 사려고 기도한 적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양독 간 민간교류가 축적돼 동독 주민들이 경제와 자유, 그리고 인권과 복지 등 모든 면에서 서독이 월등하다는 걸 인식한 결과가 통독이었다. 1989년 선거에서 압도적 다수 동독 주민들이 독일연방 가입을 선택하면서다.
평화를 앞세우면 '통일 마차'가 잘 굴러간다는 주장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견이다. 마차를 끄는 마부 중 하나인 북한 3대 세습정권의 행태를 보라. 민생을 살릴 개혁·개방은 줄곧 외면한 채 체제유지용 핵 개발에 집착해 왔지 않나. 특히 김정은 정권은 지난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했다. 한마디로 이제 '따로 살자'는 말이다. 여기엔 어차피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묶인 한국으로부터 과거 정상회담 대가와 같은 현금지원을 받을 수도 없고, 교류 시 체제만 흔들린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런 마당에 라이브바카라를 한반도평화부로 이름을 바꾼들 북측이 '순한 양'처럼 평화의 파트너로 나설 리도 만무하다. 현행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라고 명시하고 있어 헌법 개정을 둘러싼 남남 갈등도 불가피해진다. 인접국들에 대한민국이 통일에 뜻이 없다는 인식만 심어준다면 더 큰 문제다. 독일 라이브바카라 미국, 소련, 영국, 프랑스 등 주변 강국들이 서독 정부와 양독 주민들의 통일 의지를 인정했기에 가능했다. 자칫 분단 고착화의 빌미를 준다면 긴 눈으로 봐도 국익에 마이너스다. 그렇다면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한 이 시점에 굳이 라이브바카라 간판을 바꿔 긁어 부스럼을 만들 까닭도 없다.
kby777@fnnews.com 라이브바카라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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