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싸게 팔면 기존 주주가치 희석
경영권 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기도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자사주를 소각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장에 풀겠다고요?”
최근 태광산업이 보유 중이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헐값에 발행하려다 투자자 반발에 부딪힌 일이 있었습니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제3자에게 넘기려는 시도였는데, 자사주를 넘길 상대방이 누구인지조차 공시가 되지 않아 '깜깜이 지배력 강화'라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결국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단 반발에 부딪히며 태광산업의 EB 발행 계획은 무산됐습니다.
온라인바카라는 단순히 회사가 사들여서 보유하고 있는 자기 주식이지만, 경영권과 주주권 사이의 민감한 문제로 번지곤 합니다. 온라인바카라는 무엇이고 왜 반드시 소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걸까요.
온라인바카라는 말 그대로 회사가 시장에서 사들인 자기주식을 말합니다.
온라인바카라를 매입해 소각하면 발행 주식 수를 줄이기 때문에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지고, 주주 가치가 올라갑니다.
문제는 이 온라인바카라를 소각하지 않고 다시 시장에 매각하거나 제3자에게 넘길 때 발생합니다. 기업이 보유하는 동안엔 온라인바카라가 의결권을 갖지 못하지만, 시장에 팔려나가면 의결권이 부활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줄어들었던 유통주식 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주주·경영진의 우호세력에게 온라인바카라를 저가에 넘기는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율은 희석되고 경영권은 더 공고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오너 일가가 자기 돈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회삿돈으로 사들인 온라인바카라로 우호세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은 온라인바카라가 소각 대신 재활용될 수 있다는 국내 제도의 허점을 활용한 사례입니다.
또 온라인바카라는 일반 주주와 달리 배당도 받지 않고 의결권도 없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 시 전체 표의 분모에서 빠지게 됩니다. 기존 대주주나 우호세력의 지배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해외에선 기업이 주가 안정이나 주주 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해버리는 게 일반적입니다. 일단 이유없이 오래 들고있는 것부터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에 따라 매입 목적과 매입 시기, 물량 등에 엄격히 제한이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성과급이나 스톡옵션을 지급하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면 그 목적을 분명히 공시하고 기간 안에 처리해야 합니다.
특히 미국에선 기업이 온라인바카라를 매입하는 즉시 그만큼의 주식이 발행주식 총수, 즉 시가총액에서 빠져버리니 이를 소각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만일 온라인바카라 재활용으로 일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주주대표소송 제도가 활성화돼 있어 경영진이 법적 책임을 질 위험이 높습니다. 시장에 다시 온라인바카라를 내놓는 경우도 있겠지만 마치 없던 주식이 새로 발행되는 것처럼 '신주 발행'에 준하는 규제를 받게 됩니다.
결국 최근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는 이유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 때문입니다. 자사주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투자자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온라인바카라 의무 소각이 기업의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업 입장에선 유연한 자금 운용 수단으로 온라인바카라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해외보다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온라인바카라 활용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실제로 국내엔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등 미국에서 허용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업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 이해관계가 극명히 갈리고 있지만, 주식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적절한 제도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로 보입니다.
※인간의 중대 관심사인 돈의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금리, 투자, 환율, 채권시장 등 금융의 여러 개념들은 어렵고 낯설기만 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모두가 '금알못(금융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금융을 잘 아는 '금잘알'로 거듭나는 그날까지 뉴시스 기자들이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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