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과정에서 부작용 생기면 수정
사후 아닌 사전 절충할 수는 없나
사후 아닌 사전 절충할 수는 없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실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발생하면 어떤 식으로든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이사 책임 강화가 자칫 배임죄를 남발할 수 있다며 완화·폐지를 주장해왔다.
간담회는 방향을 다 정해 놓고 여당이 재계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마지막 의견 경청의 자리가 아니었다. 민주당이 부작용에 대한 사후적 방책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은 일부나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전향적으로 재계 입장을 수용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간 재계는 상법개정이 우리 환경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입법 타이밍 문제를 특히 강조해 왔다. 국가 간의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치열한 글로벌 경제환경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요국들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기업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데, 우리만 도리어 경영에 제약을 가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기업 지배구조에서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 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누누이 개진했다.
상법개정안의 핵심 쟁점이 지난해보다 더 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상법개정안의 핵심 쟁점은 이사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재계의 반발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빌미가 됐던 내용이다. 이처럼 지난 정부의 거부권 행사로 해당 상법개정안이 폐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감사위원 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을 추가하고 시행 유예기간을 삭제한 법안을 재발의했다. 다시 말해 이사 충실 의무 조항 외에 쟁점사항이 더 늘어난 것이다. 최초 발의됐던 바카라사이트 신고을 두고도 의견차가 컸는데, 법안 재발의로 여당과 재계 간 상충하는 내용이 오히려 더 늘어난 셈이다.
민주당은 재계의 목소리를 듣고 야당과도 협치할 의지가 있다면 무조건 밀어붙이겠다는 태도를 버리고 논의의 장을 한번이라도 더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곧 열릴 임시국회에서 바카라사이트 신고을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을 못 박아두고 재계 의견을 듣겠다며 간담회 자리를 만든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일단 통과시켜 놓고 부작용이 생기는지 보겠다는 것도 바른 입법 태도가 아니다.
당초 바카라사이트 신고의 핵심 내용은 이사 충실 의무에 관한 부분이다. 나머지 주요 쟁점사안들은 재발의 과정에서 추가된 것들이다. 따라서 재발의에 포함된 항목은 당연히 조정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이사 충실 의무에 대한 쟁점에 정부와 여당이 양보와 배려를 보여주는 게 진정한 협치라고 볼 수 있다. 양곡법과 노란봉투법 등 여야가 국회에서 다뤄야 할 쟁점법안이 많다. 재계 의견을 반영할 수는 없는지 마지막까지 고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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