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무참히 당했습니다. 최고의 형을 내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지난 24일 서울북부지법의 한 재판정. 공판이 진행되기 전부터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피해자 유족의 울음소리였다. 피고인석에는 황색 수용복을 입은 한 남성이 표정 없이 앉아 있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김씨의 범행은 이상동기범죄다. 경찰은 2023년부터 이상동기범죄를 개념화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피해자 무관련성 △동기 이상성 △행위 비전형성이라는 3가지 요소에 해당하는 사건을 이상동기범죄로 판단한다. 문제는 이상동기범죄의 원인을 파악하고 뾰족한 처방전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범행 동기를 하나로 묶기 어렵기 때문이다. 범죄자 본인은 동기가 있었다고 하나, 대다수는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해석하기 어려운 범죄자의 말에 주목하다 보면 분노만 남는다.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반복될수록 범죄자의 삶에 관심을 두는 것이 죄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범죄자가 어떤 사회적 조건에서 범죄를 일으켰는지 논의하는 과정은 묻힌다.
한국만 이상동기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은 1990년대 전후로 저성장 경로를 걸으며 '도리마(길거리 악마) 범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법무성은 도리마 범죄의 범행 동기로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처지 비관 등을 꼽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외로운 늑대가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 위험요소"라고 규정했다. 외로운 늑대란 고립된 상태에서 분노를 키우다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다.
일본과 미국 역시 이상동기범죄와 싸워왔으나, 마침표를 찍지는 못했다. 고도 경제성장 이후 나타난 경기침체, 취업난, 주관적 빈곤의식 역시 여전하다.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이상동기범죄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채 역경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낙오되는 이들이 재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미루어 짐작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과 미국의 어려움은 한국의 몫이 됐다. 이상동기신규 바카라사이트로 인한 공포가 만연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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