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9.8%→19.6%→32%'
미국 자동차 수출 감소 폭이 석 달 연속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출을 줄이는 대신 현지 생산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반기에는 자동차 수출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 폭탄'에 수출 대신 현지 생산 확대…'아이오닉5' 국내 생산 61.8% 급감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對美) 자동차 수출액은 18억 4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2% 감소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고 감소 폭도 △3월 9.8% △4월 19.6% △5월 32% 등으로 계속 커지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는 관세 조치와 조지아 신공장 가동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4월 3일(현지시간)부터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관세 부과에 재고 물량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전기차 주요 판매 모델인 '아이오닉 5'이 대표 사례다.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오닉 5 물량 대부분을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완공한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하겠다고 밝혔고, 올해 3월 준공식 이후 본격적으로 생산량을 확대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4월 아이오닉 5 국내 생산량은 1만 3151대다. 전년 동기 대비 61.8%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 역시 1년 전보다 67.1% 줄어든 1만 206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현대차가 HMGMA에서 생산한 아이오닉 5 물량은 1만 9107대다. 전량 미국 내 판매를 위한 생산이었다. 아이오닉 5는 현지 생산 등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기준을 충족하면서 현재 아이오닉 9 등과 함께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라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현지 생산 확대는 더 가속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에 이어 HMGMA를 준공하며 당초 미국 100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HMGMA의 생산량을 연산 30만 대에서 50만 대까지 확대해 총 생산능력을 120만 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지 생산으로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해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 경쟁력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다.
업계는 올해 상반기보다 하반기 자동차 수출 감소가 더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관세 여파 본격화와 중국 전기차 업체의 수출 전선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자동차 수출이 전년 대비 1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기준 감소 폭이 8%인 것을 고려하면, 상반기보다 하반기 감소 폭이 더 큰 셈이다. 정부의 내수 진작으로 국내 판매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출 감소로 연간 생산량은 2년 만에 400만 대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하반기 미국 고관세 정책 영향 본격화로 현지 생산이 수출을 대체하고 미국 시장 수요 위축이 부품 수출까지 영향을 주면서 큰 폭의 대미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車 생태계 '위협'…새 정부 '관세 협상'에 사활
업계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뼈대인 수출이 흔들리면서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특히 미국은 국내 자동차 산업의 최대 시장인 것을 고려하면 대미 수출 감소는 더 치명타라는 설명이다. 실제 현대차는 아이오닉 5 수출 둔화 등 여파로 울산공장 생산 라인의 휴업을 올해 세 차례 실시했고, 6월 특근 계획도 잡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품목 1위는 자동차다. 143만여 대를 수출하며 수출액 347억 4400만 달러를 기록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관세 정책으로 자동차 수출액은 2024년 대비 63억 5778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경쟁력을 유지하면 국내 일자리 및 생산 확대 등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생산 감소 등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우리 정부의 관세 협상과 대미 자동차 바카라 전략 감소를 만회할 수 있는 대체 시장 발굴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는 완성차인 현대차, 기아와 함께 (부품사가) 해외 진출하는 구조로 (HMGMA 가동은) 수출 감소와 해외 생산 확대는 국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의 자동차 산업 특별 대책이 시급한 것은 물론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내용을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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