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팔고 요가 가르치고…에볼루션 바카라 '무대 밖 생존기'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한때 아이돌이었던 여자, 이제 보험을 판다.

걸그룹 쥬얼리 출신 조민아 얘기다. 과거 무대 위에서 환호 받던 그는 지금 에볼루션 바카라설계사로 일하며 거래처를 오간다. 높은 실적으로 업계에서 '에볼루션 바카라왕'으로 불린다.

S.E.S. 슈는 건강식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병풀을 주원료로 한 제품을 홍보하고 포장까지 한다. 쥬얼리 이지현은 7전 8기 끝에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슈퍼스타'를 부르던 그는 이제 손님의 머리를 직접 자른다.

에볼루션 바카라의 '인생 2막'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AOA 유나는 강남 한복판에서 요가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같은 팀 멤버였던 권민아는 광화문 인근 피부과 상담실장으로 취업했다.

이들이 새로운 삶을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에볼루션 바카라계에서 오래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쟁은 치열하고, 수입은 불안정하다. 방송국 문은 좁아졌고, 그 안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갈수록 까다로워졌다. 결국 스스로 먹고 살길을 찾아야 했다.

바레(발레+필라테스) 강사로 새 출발한 포미닛 남지현은 바레 스튜디오를 연 뒤 "은퇴한 거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에볼루션 바카라계를 완전히 떠난 건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선택 당하는 것에 지쳤던 것 같다"고 밝혔다. 여전히 에볼루션 바카라인은 맞지만, 이제는 선택 받는 자리가 아닌,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미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아이돌이 지금 너무 숫자가 많아 누가 누군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며 "그중 극소수만이 유명세와 소득을 누릴 수 있고, 나머지는 소득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이 흐르면 대중에게 잊히고, 방송에서도 찾지 않게 되니 에볼루션 바카라인으로서 살아가기가 힘들어지고, 결국 자연스럽게 다른 직업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팬들은 전업을 택한 에볼루션 바카라인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유명세 때문에 일반인들과 섞여 사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는 그 용기를 높이 사는 분위기다.

에볼루션 바카라인들 역시 자신의 '전업'을 감추지 않는다. 조민아는 보험왕 수상 인증샷을 올리고, 이지현은 미용 봉사 사진을 공유한다. 슈는 자신이 개발한 건강식품의 완판 소식을 전한다. SNS와 유튜브는 이들의 새로운 일상을 담는 창구가 됐다.

이런 전업 활동이 다시 에볼루션 바카라계 복귀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직업에서의 진정성과 책임감이 화제가 되면서 에볼루션 바카라계에서 다시 주목 받는 것이다. 보이그룹 틴탑 멤버였던 캡은 팀 탈퇴 후 예초 작업에 몰두하며 유튜브에 그 모습을 공유했다. 당시 그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고, 팬들 사이에선 '예초하는 아이돌'로 불렸다.

그렇게 에볼루션 바카라계를 떠난 듯 보였지만, 최근 한 기획사와 다시 계약을 맺고 웹예능과 광고 분야에서 활동 재개를 알렸다. 전업을 계기로 오히려 새로운 방식의 복귀를 이룬 셈이다.

하재근 평론가는 "과거에는 에볼루션 바카라인들이 전업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지만, 요즘은 유튜브나 SNS를 통해 오히려 적극적으로 알리는 추세"라며 "사람들도 에볼루션 바카라인의 전업을 응원하는 분위기고, 그로 인해 에볼루션 바카라인들은 활동 시절보다 더 큰 관심과 인지도를 얻어 에볼루션 바카라계에 복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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