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세운상가 바카라 사이트…"오래된 건물, 불나면 주저앉는데"

[서울=뉴시스]이수정 한이재 수습 기자 = "옛날에 지은 건물이라 불 나면 그냥 주저 앉는데…"

28일 오후 바카라 사이트가 발생한 서울 중구 세운상가 인근에서 만난 60대 상인 A씨는 2시간이 지나도록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은 건물을 바라보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목조 건물이라 못 끄는 것"이라며 "연기가 계속 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다.

오후 3시25분께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인근 노후 건물에서 바카라 사이트가 발생하면서 일대에는 짙은 연기가 깔렸다. 연기는 바람을 타고 빠르게 퍼져 인근 상가까지 번졌다. 바카라 사이트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온 상인들은 "벌써 다 타버린 것 아니냐" "노후 건물이라 불을 끄기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A씨와 함께 현장에 온 또 다른 상인은 "예전에 빈 집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다 장사를 했던 곳인데 불이 나서 무너져 어떡하냐"며 "연기가 청량리까지 가겠다. 시커먼 연기에 숨도 쉬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중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25분께 을지로 세운대림상가 인근 노후 상가 건물에서 바카라 사이트가 발생했다. 소방은 오후 6시20분 기준 인원 436명, 장비 100대, 소방차 5대 등을 동원해 진압 중이다. 그러나 바카라 사이트 발생으로부터 4시간이 지난 오후 7시30분 기준 여전히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소방은 골목 등 진입로가 협소하고 노후화 된 건물이 밀집돼 있어 바카라 사이트 진압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세운상가 일대는 재개발 예정 지역으로, 114개 점포 중 40여개가 비어있는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날 찾은 바카라 사이트 현장 일대의 건물은 곳곳에서 오래 된 흔적이 발견됐다. 건물 외벽이 떨어져 철조망이 설치돼 있거나 간판이 떨어져 있는 건물도 적지 않았다. 또 널부러진 상자나 나무 파렛트 등이 나뒹굴고 있거나, 한쪽에는 다 쓴 비닐이 가득 쌓여있기도 했다. 골목길은 비좁아 소방차 1대가 세워지면 꽉 찰 정도였다.

인근에서 식당을 하는 최득수(81)씨는 "바카라 사이트가 난 이 건물이 70년 가까이 됐을 것"이라며 "이 동네가 요즘 인쇄소도 잘 안 되고 힘들다. 불이 나서 어떻게 하냐"고 우려했다. 인근에 위치한 식당을 자주 찾는다는 이장영(64)씨도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왔다. 종로 6가까지 타는 냄새가 나더라"고 말했다.

이 바카라 사이트로 을지로 시청 방향 을지로3가~을지로4가 방향이 전면 통제되며 일대를 지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일부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소방은 해당 구간이 통제됐다며 차량을 우회해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현재 인근 지하철역인 을지로4가역 등은 일부 연기가 유입됐으나 정상적으로 운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 바카라 사이트로 70대 남성 1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까지 추가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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