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후진성 적나라하게 노출
이런 후보들에 어떻게 나라 맡기나
이런 후보들에 어떻게 나라 맡기나

정책 논쟁은 실종되고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채 3차에 걸친 TV토론은 끝났다. 특히 지난 27일 열린 3차 토론은 정치 양극화와 정치제도 개혁 및 개헌 등이 주제였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입에 담지 못할 성적 발언 등 온갖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얼룩졌다.
토론은 후보의 비전을 제시하여 유권자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한 선거 절차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어떻게 이끌겠다는 계획을 소상하게 설명함으로써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정책대결의 장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네거티브전을 벌일 것이라면 앞으로 토론은 없애 버리는 게 낫다.
삼류는 고사하고 사류라고도 할 수 없는 한국 정치이기에 저질 토론은 놀랍지도 않다. 선거가 없을 때도 한국의 정치는 국가 발전과 국민 복지를 위해 애를 쓰기는커녕 일년 내내 서로 헐뜯고 공격하면서 허송세월하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지 않나. 이런 정치와 정치인에게 국가 운영을 맡기고 있는 국민들은 스스로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래서야 제21대 대통령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나라를 잘 이끌어달라고 믿고 맡길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어떤 인물이 마음을 고쳐먹고 아무리 좋은 정책과 선한 정치를 구사하려 해도 반대 정파는 훼방을 놓는 데 골몰하고 나라를 망치고 말 것이라고 보는 것은 너무 비관적일까.
윤석열 정부의 지난 3년처럼 한국 정치가 굴러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 국민들은 성실하게 땀을 흘리며 일을 하는데 곪아 터진 후진 정치가 나라를 발전이 아니라 쇠퇴시키고 있음은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열혈 지지자들은 저급한 언어로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후보에게서 시원함을 느낄지 모르나 양식 있는 유권자들은 또 한번 절망감에 빠졌을 것이다.
경제와 과학, 안보와 외교 등 나라의 운명과 연관된 중대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 대통령이란 직책의 중요성은 새삼 거론할 필요가 없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리더 중의 리더이기에 조금이라도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물을 뽑아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이미 마음을 정해 놓은 유권자도 있겠지만 짧은 기간에 토론을 보고 후보의 능력을 판별하겠다는 부동층 유권자도 많다.
오직 대권 획득에 눈이 멀어 정책 방향을 알려주지도 않은 채 조폭보다 더한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후보들은 유권자의 선택권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자격을 상실했다고 본다. 문제는 모든 후보들이 다 진지한 토론보다 다른 후보 흠집 내기에 너나없이 나서고 있어 유권자로서 누구를 선택하기도 싫은 상황이다.
후보에 대한 실망감은 결국 정치권 무관심을 부르고 소중한 투표권을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미우나 고우나, 싫으나 좋으나 그래도 차악의 후보에게라도 표를 줘야 한다는 말을 코앞에 닥친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에게 할 수밖에 없다. 덜 나쁜 후보에게 표를 줘야 하는 우리 선거가 참담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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