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곳이든 청중 확줄고
유튜버가 바카라사이트 소개옆 생중계
숏폼에 나락으로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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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0년대 중반 일간지 기자였던 필자는 미국 미시간대학교에서 연수를 한 적이 있다. 마침 미시간대학이 있는 앤아버에선 플럼파티(Plum Party·살구파티), 미식축구 개막전, 지역선거로 연일 축제였다. 집집마다 살구나무가 많아 살구잼을 만들어 집 앞에서 팔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경기장인 미시간스타디움으로는 전국에서 미식축구 광팬들이 몰려들었다. 지역선거 자원봉사자들은 집에서 만든 레모네이드나 맥주, 후보자의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 모자, 머그컵, 배지 등을 만들어 거리에서 팔았다. 이번 6·3 대선의 모습도 상당히 비슷하다.
#2. 2022년 대선과 비교하면 어느 대선 후보든 지역별 유세장에 모이는 인원은 확 줄었다. 국회의원이나 원외당협위원장들의 대중동원력은 약해졌고, 주된 청중은 전국에서 몰려든 자발적 열성지지자들이다. 즉 세는 약해졌고, 분위기는 뜨거워졌다. 하루 전날 후보자의 동선이 카카오톡 등으로 공개되니 가능해진 현상이다.
#3. 아니 선거전 자체가 확 달라졌다. 전통적 미디어는 '풀(당구) 기자단: 윤번제 기자단'을 활용해 출장기자 수를 줄이고 있다. 그 자리를 수십명의 유튜버들이 차지했다. 바카라사이트 소개 시작 전부터 바카라사이트 소개 뒤풀이까지 생중계한다. 개인 드론을 쓰는 유튜버들도 있다. 댓글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슈퍼챗을 쏘는 독자들도 있다. 기자들은 취재선을 지키나, 이들은 후보자에게 바짝 따라붙어 표정은 물론 작은 대화까지 잡아낸다. 후보자들도 유튜버를 통해 실시간 알려지니 거부감이 별로 없다. 그뿐 아니다. 일반 지지자까지 현장 동영상과 사진을 지인들에게 실시간 퍼 나른다. 단체 카톡방이 대표적이다. 이게 바로 선거운동이자 선거혁명이다.
#4. 한술 더 떠 일반인들이 선거전에서 숏폼 크리에이터로 등장했다. 10초짜리 영상으로 틱톡, 릴스(메타), 쇼츠(유튜브), 클립(네이버), 스토리(당근)에서 대박 치는 영상들을 내놓는다. 100만명 넘는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팔로어나 구독자가 적더라도 '콘텐츠 기반 알고리즘' 덕분에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틱톡 알고리즘인 'FYF(For You Feed)'는 팔로어가 적은 일반인이라도 잘 만들었거나 추천이 많이 된 영상이면 순식간에 수백만명에게 노출시킨다. 또한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의 무료 편집앱 '캠컷'은 자막, 필터 기능이 모두 무료다. 오직 손가락 운동만으로 지지하는 후보를 스타로 등극시킬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짜릿한가? 현장에서 순간을 포착해 기가 막히게 숏폼으로 전환해 순식간에 온갖 SNS에 노출시키니, 캠프 내 책상에서 일하는 SNS팀도 이들과 협조할 수밖에. 이른바 중앙당 무용시대(?).
#5. 결국 후보자 자체가 경쟁력인 시대가 왔다. 후보자의 참말과 거짓말도 금방 드러나고, 눈물도 웃음도 날카롭게 잡아낸다. 과거 했던 말이나 행동, 표정까지 들춰낸다. 무서울 정도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파고 파고 또 파낸다. 그 파헤친 진실이 기똥차게 숏폼으로 만들어져 순식간에 전파된다. 강력한 단 한 개의 숏폼이 지지후보를 바꾼다. "아하~ 이런 후보였구나!" 정치가 재미있어진다. 남은 선거 일주일은 대규모 바카라사이트 소개전이 아니다. 손가락 전쟁이다.
#6. 필자에게 모르는 아이디로 카톡이 하나 전송됐다. 수십년 만에 온 연락. "언니, 아산 유세장에 갔었어요? bj톨 유튜브바카라사이트 소개 봤어요. 화면에 예쁘게 나왔어요. 선거 끝나고 뵙고 싶어요." 아니, 나는 유세장 맨 끝에, 먼발치에 있었는데.
김행 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전 청와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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